저탄고지와 퍼포먼스 - 37번째 뉴스레터: 저탄고지와 스포츠 퍼포먼스
저탄고지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며 지방 중심 식단을 실시하는 식이요법입니다. 많은 자료와 연구, 그리고 경험담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요. 탁월한 체중감량 효과와 상식을 뒤엎는 건강상의 여러 잇점이 소개되었기 때문입니다.
인체는 탄수화물과 지방에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단백질도 에너지원이지만 아주 오랜시간 공복상태가 유지되어야 연료로 쓰입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조건에서는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일은 드뭅니다. 탄수화물과 지방은 활동 강도와 지속시간에 따라 사용되는 비율이 달라집니다. 주로 강도높은 활동에서는 탄수화물이 매우 중요한 연료입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강도의 활동에서는 지방의 비중이 커지구요.
엄격한 저탄고지 식단은 탄수화물 섭취를 하루에 50g 이하 또는 전체 소비열량의 5% 미만으로 제한하며 지방 섭취는 약 75-80%까지 증가시킵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인 한식의 탄수화물의 칼로리는 통상 50%가 넘어갑니다. 이때 섭취되는 지방은 무항생제 육류, 유기농 식물성 오일, 아보카도, 견과류 등 건강한 지방이어야 한다고 저탄고지 애찬론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완전한 저탄고지 식단이 어렵다면 탄수화물 섭취를 전체 칼로리의 10-20%, 지방은 60-70%로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평소 탄수화물에서 분해된 포도당을 대신하여 지방대사가 촉진됩니다. 제한된 탄수화물 섭취로 지방을 연소하는 능력이 증가하기 때문이죠. 평소 탄수화물을 땔감으로 쓰다가 지방을 대체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원리입니다.
그러면 운동선수들이 저탄고지 식단을 실천한다면 퍼포먼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구성 운동에서 지방은 매우 중요한 연료입니다. 저탄고지는 지방연소율을 향상시킵니다. 그러면 일단 저탄고지가 지방연소율을 높이기 때문에 지구성 운동에서 중요한 영양소인 지방의 비율이 높아지는 식단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2016년 호주에서 수행된 연구가 있습니다. 중장거리 육상선수들에게 저탄고지 식단, 고탄수화물 식단, 주기적인 탄수화물 식단으로 구분하여 동일한 훈련 프로그램을 적용한 후 운동수행능력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연구결과 저탄고지 식단을 수행한 그룹에서 운동 수행능력의 변화가 없었던 반면 나머지 두 그룹에서는 훈련으로 향상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분석하면 어떤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울트라 마라토너와 철인 3종 경기 선수들을 대상으로 고탄수화물식이를 하고 있는 선수들이 저탄고지 식단을 하는 선수들에 비해 더 낮은 지방산화율을 나타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저탄고지 선수가 기대할 수 있는 잇점은 증가된 지방 연소 능력으로 인해 저장된 지방을 연료 공급원으로 더 오래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대문에 훈련이나 레이스중에 탄수화물 섭취에 대한 필요성을 줄이면서 더 제한된 근육 글리코겐 저장을 절약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실제로 지방 연소 능력이 증가한다면 운동수행능력이 향상될까요?
경보선수 대상의 한 연구에서 고탄수화물 및 주기적 탄수화물식단을 선택한 그룹은 기록이 향상된 반면 저탄고지를 고수한 그룹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저탄고지 그룹에서는 지방연소능력이 증가되었다는 것이지요. 탄수화물과 지방 모두 에너지원인 ATP를 만들지만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더욱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이 점 때문에 저탄고지 식단이 퍼포먼스 향상에 한계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연구에서도 재현되었는데 고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한 경보선수는 3주의 고강도 훈련 후 4.8%의 기록 향상이 있었지만 저탄고지 선수는 오히려 2.3% 기록감소를 나타냈습니다. 이점은 지방이 엘리트 지구성 선수들의 운동 중 사용되는 연료로 지방이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나타냅니다.
아무래도 저탄고지 식단은 지구성 운동에서 기록단축을 위해 속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불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고지방 식단이 고강도에서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는 능력을 증가시킬수는 있지만, 탄수화물보다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지방은 탄수화물만큼 빨리 에너지로 전환 될 수 없습니다.
한편, 저탄고지 식단으로 인한 체중감소가 고강도에서 탄수화물의 산화능력감소로 예상되는 성능 저하를 상쇄할 수 있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8명의 레크리에이션 러너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 저탄고지 후 평균 2.5kg의 체중감소를 나타냈지만, 5km 타임 트라이얼 기록에서 큰 차이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체중감소를 가져오면서 운동수행능력에 영향을 주지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외에도 많은 연구들에서 지방산화능력 증가, 고강도 지속적인 운동에서 피로증가, 운동지속시간 감소 등의 공통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인간은 각자 매우 다양한 특성과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저탄고지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2년 동안 저탄고지 식단을 실천한 지구성 선수에게 레이스 중에 탄수화물을 섭취를 허락하며 사이클링 타임트라이얼을 측정했더니 20km까지는 기록이 좋아졌지만 이후 100km까지 연장시키자 이전과 별반 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저탄고지 식단으로 식이습관을 바꾼 철인3종경기 선수가 기록이 저하되었다가 다시 원래 식이로 돌아온 지 5주만에 이전의 기록을 회복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효과가 모든 선수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요?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엘리트 선수들보다 여가 수준의 스포츠 참가자들에게 더 잇점이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향상된 지방연소능력과 함께 체중감소 효과가 결합하여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체중감소로 몸이 가벼지는 것은 지구성 선수들의 컨디션에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저탄고지는 고강도가 아닌 상대적으로 낮은 강도(최대산소섭취량의 80% 이하)로 지속되는 운동에서 유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엘리트 스포츠에서 우리의 목표는 완주가 아니라 기록단축입니다. 기록단축을 위해서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초인적인 체력으로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저탄고지 식단의 체중감소, 혈압감소, 인슐린 저항성 개선, 염증감소 등의 효과는 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되었습니다. 이외에도 탄수화물 과다섭취를 피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빵, 과자와 같은 달콤한 간식, 무의식중에 마시는 음료, 일단 냄새를 맡고 나면 거부하기 힘든 면요리 등. 이들 음식은 모두 다량의 탄수화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저탄고지 식단을 실천하면 자연스럽게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를 피할 수 있게 되어 건강상의 잇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탄수화물로 인한 위장장애를 갖고 있는 일부 선수들에게 고려해볼수도 있습니다. 저탄고지를 하느냐 마느냐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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